얇은 봉투

TOPIK 5#51 · Family & people

얇은 봉투

The Thin Envelope

Part 1

나는 올봄에 초등학교 일한다.

정식 영양사도 교사도 아닌, 년짜리 이다.

매일 정오가 되면 커다란 국자로 아이들의 식판에 국을 .

많지 않다.

그래도 지은 밥을 받아 아이들의 낯은, 얄팍한 급여 봉투 따위로는 도무지 않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면, 나는 잔반을 치우고 커다란 솥을 닦고 젖은 바닥을 밀며 홀로 정리하는데, 그렇게 김이 걷힌 조리대 앞에 우두커니 있노라면 어김없이 생각이 밀려오곤 했다.

코앞이었다.

시골 에는 여전히 아버지와 어머니, 분만 남아 계셨다.

형제들은 하나둘 짝을 찾아 떠났고, 또한 도시로 나와 좁은 칸에 몸을 부렸다.

그런 우리가 올해 집에 함께 모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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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나는 시장에 들러 붉은 송이를 골랐다.

내친김에 집어 들었다.

어머니의 어깨가 철마다 결리고 뻐근하다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기차역 앞에는 부부가 먼저 나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다란 과일 상자를 품에 안은 채, 나를 보고는 손을 번쩍 들어 흔들었다.

잠시 언니 부부까지 도착하자, ",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하며 반갑게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는 신입 사원처럼 상기된 얼굴로, 부모님 드릴 샀다며 쇼핑백을 들어 보였다.

벌이로는 엄두도 선물이라, 나는 문득 얄팍한 월급 봉투가 떠올라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많고 적음이 정성의 수는 없다고, 나는 속으로 번이나 .

그러나 말은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주문처럼 공허하게 맴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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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색이 바래고 페인트가 군데군데 일어난 낡은 대문을 밀자, 눈에 익은 마당이 나타났다.

작은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없는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아버지는 마당 한쪽 쪼그려 앉아, 채송화와 봉숭아 사이의 흙을 정성껏 매만지고 계셨다.

흙장난을 하던 문득 "이모, 이것 봐요!" 하고 나를 소리쳐 불렀다.

아이의 손가락 끝에서는 마리가 없이 꼬물거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휴대폰만 들여다보던 아이가, 살아 꿈틀대는 작은 앞에서는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이윽고 점심상이 차려졌다.

한가운데에는 아버지가 예나 지금이나 즐기시는, 노른자가 몰캉한 계란이 소복이 담겨 있었다.

수백 아이들에게 국을 나였지만, 어머니가 손수 계란 앞에서는 까닭 없이 목이 메었다.

정작 밥에는 손도 대지 않고, 화면 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앳된 커다란 국수 그릇을 통째로 비우며 감탄사를 연발하자, 아이는 밥그릇은 잊은 화면만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런 그만 보고 얼른 한술 뜨렴." 어머니의 나직한 말에, 입을 삐죽하더니 이기는 숟가락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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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식사를 마치고, 나는 어머니의 어깨에 조심스레 붙여 드렸다.

얇은 옷감 너머로 만져지는 어머니의 어깨는, 기억보다 한참이나 야위고 굽어 있었다.

문득, 어린 시절 아버지의 넓은 등에 잠들던 밤들이 떠올랐다.

등에 자라던 아이가 어느새 부모의 어깨를 주무르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아뜩하게 다가왔다.

아버지는 안방 낡은 서랍을 한참 뒤지시더니, 빛바랜 봉투 뭉치를 꺼내 오셨다.

놀랍게도 그것은 우리가 시절에 받은 봉투들이었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받은 푼도 헐지 않고, 봉투마다 우리 이름을 또박또박 적어 고이 모아 두셨던 것이다.

오랜 세월에 너덜너덜해진 봉투를 어루만지며, 아버지가 나직이 입을 여셨다.

"느이가 어렸을 적에 말이다, 애비가 큰맘 먹고 라는 태워 적이 있단다."

놀이공원 앞에서 서로 먼저 타겠다고 다투던 봄날을, 아버지는 봉투 동전보다 오래 품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코끝이 시큰해져, 얼른 고개를 돌려 창밖 쪽으로 눈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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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저녁 무렵, 우리 형제는 가슴에 붉은 나란히 달아 드렸다.

아버지는 마당 배경으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사진을 찍으려 같이 붙어 서자, 멋쩍은 얼굴로 "우리도 이제야 마음을 조금은 같네요" 하고 말했다.

아버지는 낡은 이야말로 당신이 평생 지켜 유일한 하시며, 흐뭇한 눈으로 마당을 둘러보셨다.

자식들이 언젠가 번듯한 장만하더라도 집만은 부디 팔지 말라고, 아버지는 번이나 당부하셨다.

다들 뿔뿔이 흩어져 살아도, 명절이면 반드시 마당으로 돌아오자고 우리는 약속했다.

도시로 돌아온 밤, 나는 후의 홀로 앉아 오늘 하루를 오래 되짚었다.

월급 봉투는 여전히 얇았지만, 얇은 봉투 안에서 마음만은 이상하게 든든했다.

내일도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국을 정성껏 것이고, 아이들도 언젠가 오늘의 나처럼 앞에서 문득 오래 멈춰 서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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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장단 리듬 (긴 문장과 짧은 문장의 리듬)deliberately following a long, clause-heavy sentence with a short one for rhythm and emphasis

방과 후 아이들이 모두 돌아가고 나면, 나는 잔반을 치우고 커다란 솥을 닦고 젖은 바닥을 밀며 텅 빈 급식실을 홀로 정리하는데, 그렇게 김이 걷힌 조리대 앞에 서 있노라면 어김없이 어버이 생각이 밀려오곤 했다. 곧 어버이날이 코앞이었다.

After school, once the children have gone, I clear the leftovers, scrub the pots, mop the floor of the emptied cafeteria — and standing there, thoughts of my parents come flooding in. Parents' Day was right around the corner.

한자어 추상 (개념을 담는 한자어 표현)using abstract Sino-Korean diction to give a reflection conceptual weight

봉급의 많고 적음이 정성의 척도일 수는 없다고, 나는 속으로 몇 번이나 되뇌었다.

The size of a salary could be no measure of devotion — I repeated it to myself, over and over, inside.

반어·함축 (표면 아래의 뜻)irony and subtext — the consolation she recites rings hollow, revealing she does not believe it

그러나 되뇔수록 그 말은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주문처럼 공허하게 맴돌 뿐이었다.

But the more I repeated it, the more the words just circled, hollow, like a charm meant to soothe myself.

문체 전환 (서술체와 대화체의 전환)shifting register from literary narration down into plain, colloquial family speech

"그런 먹방 그만 보고 얼른 한술 뜨렴." 어머니의 나직한 말에, 조카는 입을 삐죽하더니 숟가락을 들었다.

"Stop watching that mukbang and eat a bite, now," my mother said in a low voice, and the child pouted before picking up her spoon.

-단다/-란다 (다정한 이야기체)warm storytelling -단다 an elder uses when telling something to a younger listener

이 애비가 큰맘 먹고 딱 한 번 회전목마라는 걸 태워 준 적이 있단다.

This old dad splurged just once and put you on one of those carousel things, you know.

-던 것이다 (뒤늦은 설명·회상)a retrospective, explanatory reveal of what had quietly been going on all along

아버지는 자식들의 세뱃돈을 한 푼도 헐지 않고, 봉투마다 이름을 적어 모아 두셨던 것이다.

The truth was, Father had not spent a coin of his children's New Year's money — he had written our names on each and kept them all a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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