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기타

북과 기타 Drum and Guitar

Part 1

나는 밤이면 동네 분식집에서 일한다.

손님이 끊긴 늦은 시각, 홀을 쓸고 바닥을 훔치며 하루의 끝을 정리하는 것도 몫이다.

김이 오르는 국물을 종이컵에 나눠 담아 파는 일 역시 이모가 내게 맡긴 소관이었다.

단골인 꼬마 하나는 밤마다 가게 구석 자리를 지켰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 애는 늘 몰두했고, 계산대 위에는 삐뚤빼뚤한 종이학이 며칠이 멀다 하고 쌓여 갔다.

나는 그런 그 애가 기특해, 팔다 남은 국물을 슬그머니 종이컵에 담아 내밀곤 했다.

낮의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낮에는 친구 태호와 거리로 나가 음악을 했고, 사람들은 우리를 '북과 기타'라는 기억했다.

내가, 기타는 태호가 맡았으며, 낡은 드럼 한 세트가 우리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언젠가 우리 손으로 만든 노래를 세상에 내놓자던 다짐은, 밤마다 술잔 사이에서 그럴듯하게 오갈 뿐 좀처럼 현실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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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러던 어느 봄, 이모가 신문에서 오려 낸 공고 한 장을 계산대에 슬며시 올려놓았다.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거리 공연 대회였는데, 벌써 이백 팀을 넘겼다고 했다.

"재주가 아깝잖니. 너희도 한번 나가 보렴."

그 말에 나는 물러서기는커녕 오기가 솟았다.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한낱 술자리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할 차례였다.

예선은 단 삼 분짜리 갈린다고 했다.

태호가 슬쩍 , 심사위원석에 이름난 음반 제작자가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 오히려 손끝이 떨려 왔다.

이름 없는 우리를 알릴 첫 기회가 하필 단 삼 분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 설렘보다 먼저 두려움으로 밀려왔다.

무대에 오르자 나는 승패 따위 잊은 척, 온몸으로 쏟아 냈다.

손목이 시큰거리는 줄도 모르고 두드리다, 마지막 스틱이 부러졌지만 우리는 끝내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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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손목이 퉁퉁 부어올랐다.

태호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나를 근처 끌고 갔다.

태어나 처음 받아 보는 .

가느다란 침이 손목에 꽂히자 신기하게도 통증이 한결 가셨다.

이토록 용한 줄 몰랐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작 먼저 풀린 것은 손목이 아니라 무대에서 곤두섰던 마음이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시장에 들러 저녁 고르고, 김이 오르는 몇 꼬치를 집어 먹었다.

태호는 어머니께 드릴 찬거리를 고르는 내내 혼자 실실 웃었다.

그 수상쩍은 웃음의 까닭을 아무리 캐물어도, 그는 능청스레 말을 돌리기만 했다.

그러다 마침내, 태호가 슬그머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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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오랜 연인에게 하려는 참이라고 했다.

그것도 수조 앞에서 반지를 내밀 작정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마시던 음료의 문 채 그대로 굳어 버렸다.

앞에서 , 그 무뚝뚝한 녀석에게 그런 낭만이 숨어 있을 줄이야.

주말이 되자 우리는 다 함께 몰려갔다.

밀고 온 젊은 부부들 틈으로, 한 마리가 유리벽 너머를 미끄러지듯 스쳐 갔다.

태호가 한쪽 무릎을 꿇자, 물빛이 그의 얼굴 위로 일렁였다.

곁에 선 아이 하나는 손에 쥔 잊은 듯 그 광경을 멀거니 올려다보았다.

연인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축하한답시고 태호의 이마에 장난스레 한 대 먹였다.

그 순간만큼은 이긴 자도 진 자도 없이, 우리 모두가 태호의 행복 앞에 기꺼이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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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대회 결과가 나온 것은 그다음 주였다.

우리 아쉽게도 결선 문턱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우리 영상에는 짓궂은 댓글이 줄줄이 달렸고, 우리는 한동안 까닭 없이 .

나는 볼 없어 며칠이나 태호의 연락을 슬슬 피했다.

승패에 그토록 목을 맨 쪽은, 애초에 나 혼자였는지도 몰랐다.

그날 밤에도 텅 빈 가게 바닥을 애꿎게 밀고 있는데, 그 꼬마가 종이학 한 마리를 슬며시 내 앞에 놓고 갔다.

며칠 뒤, 태호가 먼저 나를 찾아왔다.

그는 대신 내 어깨를 툭 치고는, "진우야, 댓글 좀 무슨 타령이야, 언젠가 우리 손으로 진짜 내면 그만이지" 하고 툭 던졌다.

그리고 정말 며칠 지나지 않아, 예선의 심사위원이었던 그 제작자가 우리 인상 깊었다며 먼저 연락을 해 왔다.

우습게도, 이기려 안간힘을 쓸 때는 꿈쩍도 않던 문이, 지고 나서야 비로소 열렸다.

티격태격 다투고 서로의 낱낱이 알아 버린 그 하루하루가, 이제는 우리에게 가장 근사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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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려무나/-렴 (gentle command)A warm, gentle imperative an elder or caretaker uses toward someone younger — 'go on and…'.

재주가 아깝잖니. 너희도 한번 나가 보렴.

It'd be a waste of your talent. Go on and give it a try, why don't you.

자유간접화법 (free indirect style)Narration that slips into the character's own thought without quotation marks, so his voice and the narrator's blur together.

승패에 그토록 목을 맨 쪽은, 애초에 나 혼자였는지도 몰랐다.

The one who had clung so desperately to winning and losing had, perhaps, been me alone all along.

한자어 추상 (hanja-heavy abstraction)Reaching for abstract Sino-Korean nouns (勝敗 승패, 鬪魂 투혼, 當落 당락) to give a plain street scene conceptual weight.

무대에 오르자 나는 승패 따위 잊은 척, 온몸으로 투혼을 쏟아 냈다.

Once on stage, I poured out my fighting spirit with my whole body, feigning to forget all thought of winning or losing.

반어·함축 (irony & subtext)Meaning that runs against the surface: the reward arrives only after the defeat it was meant to prevent.

우습게도, 이기려 안간힘을 쓸 때는 꿈쩍도 않던 문이, 지고 나서야 비로소 열렸다.

Absurdly, the door that hadn't budged an inch while I strained to win swung open only after we'd lost.

장단 리듬 (long/short sentence rhythm)Deliberately setting an abrupt short sentence against the long, clause-stacked ones around it to control the prose's pace.

낮의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By day, I become a slightly different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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