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못 여는 자물쇠

TOPIK 5#53 · Art & music

삼촌이 못 여는 자물쇠

The One Lock Uncle Can't Pick

Part 1

삼촌은 한때 무대의 조명을 몸에 받던 , 젊은 시절 그의 꿈은 오직 무대에 오르는 하나였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 뒤편에서, 삼촌은 남몰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무리하게 벌인 번의 대형 공연이 그를 파산의 벼랑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밤이 이슥해지면 대문 앞을 서성였다.

"안에 있는 알아. 당장 열어."

삼촌은 문틈으로 조금만 말미를 달라고 했다.

그런 삼촌을 두고 어른들은 세상 물정 모르는 위인이라며 혀를 찼다.

그래도 나는 삼촌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마술만은 여전히 사랑했다.

삼촌이 하도 쓸쓸해 보이길래, 나는 학교가 끝나기가 무섭게 낡은 작업실로 달려가곤 했다.

그런 삼촌에게 그해 여름, 서해의 바닷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의 공연 제안이 뜻밖에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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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1

Part 2

우리는 축제가 열리는 서해의 작은 마을로 함께 내려갔다.

주최 측이 우리에게 내준 숙소는 오래 비어 있던 낡은 채였다.

페인트가 벗겨진 대문에는 녹슨 커다랗게 채워져 있었다.

삼촌은 머리핀 하나를 구부려 깜짝할 사이에 버렸다.

세상의 어떤 삼촌의 앞에서는 무력했다.

이튿날 새벽, 우리는 물이 빠진 나가 잡는 마을 사람들 틈에 끼어들었다.

진흙 속에서 미끄러운 몸을 뒤채며 자꾸만 손아귀를 빠져나갔다.

나는 발이 푹푹 빠지면서도 뛰며 마냥 즐거워했다.

구경을 마치고 노점에서 먹은, 노랗게 익은 입에 길의 피로가 녹듯 풀렸다.

삼촌은 모든 풍경을 작은 쓱쓱 옮겨 담았다.

알고 보니 삼촌은 무대 의상과 소품을 손수 구상해 오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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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이번 공연의 ' 탈출'이라는 마술이었다.

삼촌은 조선 시대 , 칭칭 감은 빠져나오는 탈출 연기를 준비했다.

무대에는 살아 있는 마리까지 등장할 예정이었다.

훈련된 순한 놈이라고는 했지만, 시퍼런 아가리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오금이 저렸다.

나는 무거운 소품 상자를 무대 뒤편으로 하나씩 .

같은 상자를 번이나 팔이 얼얼했지만, 삼촌의 무대에 보탬이 된다는 사실이 나는 그저 좋았다.

공연을 하루 앞둔 저녁, 서울에서 사람이 삼촌을 찾아 내려왔다.

"흩어진 한자리에 모아 이자율부터 낮추고,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짜시죠."

사무적이고 건조한 말투였지만, 한마디에 삼촌의 얼굴에는 오랜만에 옅은 화색이 돌았다.

다행히 공연 첫날에 절반 넘게 팔려 나갔고, 삼촌은 남은 표가 얼마나 나갔는지 하루에도 번씩 물어 왔다.

무대 뒤에서 가짜 쇠사슬 푸는 연습에 몰두하는 그를 보며, 나는 그를 옭아맨 진짜 사슬은 따로 있다는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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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드디어 공연 날, 한적하던 마을은 몰려든 구경꾼들로 북적였다.

관객들은 무대 앞에서 저마다 사진 취하며 한껏 들떠 있었다.

조명이 일제히 켜지자 차림의 삼촌이 감은 걸어 나왔고, 그가 사슬 속에서 몸부림칠 때마다 객석은 숨을 죽였다.

그때 무대 우리에 있던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자, 앞줄 아이들 몇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삼촌은 채워진 상자 속에서 떨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유유히 걸어 나왔다.

무대 위의 삼촌은 자유로웠다.

이어 모자에서 노란 튀어나오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지고, 던져진 동전들이 무대 위로 굴러들었다.

나는 스스로 조카랍시고 잽싸게 동전들을 주워 모으기 바빴다.

동전으로 산더미 같은 빚을 어쩌겠다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괜스레 우쭐했다.

그날 밤, 삼촌은 참으로 오랜만에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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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questions on Part 4

Part 5

공연은 대성공이었지만, 한편에선 살아 있는 무대에 세운 것이 말이 나왔다.

삼촌은 다음 무대부터 위험한 연출을 빼겠다고 순순히 약속했다.

계획에 따라, 삼촌은 푼씩 갚아 나가기로 했다.

나는 삼촌에게 이제 그만 꿈일랑 접으라고 짐짓 어른처럼 잔소리했다.

그러나 삼촌은 무대를 향한 꿈만은 죽어도 버릴 없다며 어린애처럼 고집을 부렸다.

어릴 꿈꾸던 소년은, 빚에 짓눌린 삼촌 안에서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학교 중에 마술이 없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선생님은 세상에 없는 상상하는 아이라며 나를 짐짓 나무라듯 놀리셨다.

무대 위에서만은 무엇이든 있었던 삼촌을, 나는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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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장단 리듬 (long–short sentence rhythm)A long, clause-heavy sentence deliberately capped by a very short one, for rhythm and emphasis.

삼촌은 상자 속에서 쇠사슬을 툭 떨구고는 유유히 걸어 나왔다. 무대 위의 삼촌은 자유로웠다.

Uncle let the chains drop inside the box and strolled out at his ease. On the stage, uncle was free.

한자어 추상 (hanja-heavy abstraction)Abstract Sino-Korean diction (파산·채무·변제) that gives the narration conceptual weight.

흩어진 채무를 한자리에 모아 변제 계획을 다시 짜시죠.

Let's consolidate the scattered debts and draw up a repayment plan again.

문체 전환 (register shift)A deliberate shift between the literary narration and a character's blunt or businesslike speech.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문 열어."

"I know you're in there. Open up right now."

반어·함축 (irony & subtext)Meaning carried under the surface — an escape artist who opens every lock but the one that binds him.

세상의 어떤 자물쇠도 삼촌의 손 앞에서는 무력했다.

No lock in the world was any match for uncle's hands.

-길래 (colloquial because / seeing that)Colloquial 'because / seeing that': the speaker reacts to an observed cause; suits the boy's first-person voice.

삼촌이 하도 쓸쓸해 보이길래, 나는 곧장 작업실로 달려가곤 했다.

Seeing uncle look so forlorn, I would run straight to the 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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