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할 일

내일 할 일 Things to Do Tomorrow

Part 1

지민은 도심 한복판의 작은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를 돌보는 .

손님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고, 애써 외운 설명은 늘 절반쯤에서 길을 잃었다.

선배들이 유리 벽 너머의 인파에도 흐트러짐 없이 마이크를 잡는 동안, 지민은 늘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쪽이었다.

인간, 그것이 그녀가 오래도록 스스로에게 붙여 온 이름이었다.

그런 그녀도 앞에서만은 마음이 놓였다.

청소할 때 미끄럽고 몸이 팔을 휘감아 오면, 그제야 숨이 고르게 돌아오곤 했다.

느릿느릿 물속을 도는 지켜보는 일은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그녀를 차분하게 했다.

밤이 되면 지민은 낡은 펼쳐 하루를 적었다.

그 안에는 언젠가 바다를 연구하는 되겠다는, 스스로도 차마 꿈이라 부르지 못한 문장이 빼곡했다.

그녀는 그것을 그저 적었다.

낱말 하나에도 마음을 쓰는 사람이라, '무섭다'와 '겁나다'가 정말 같은 말인지 그녀는 이따금 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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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그러던 어느 날, 아쿠아리움은 특별 야간 투어를 이끌 직원을 제비뽑기로 정했다.

하필이면 뽑힌 지민이었다.

관장은 아직도 허리춤에 낡은 매달고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 삐 소리를 낼 때마다 지민의 심장도 덩달아 오그라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버지가 쓰던 뒤졌다.

먼지 쌓인 구석에는 어릴 적 신던 , 할머니가 떠 준 뒤엉켜 있었다.

투어 날 근사해 보이고 싶어, 지민은 굽이 높은 새로 샀다.

그러나 그 신고 물에 젖은 수조 통로를 걷는 장면을 떠올리자, 발끝부터 겁이 밀려왔다.

"겁이 나면 겁나는 그대로 우선 해 보렴." 할머니가 생전에 늘 하던 말이었다.

결국 지민은 다시 상자에 넣고, 낡은 가방에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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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투어가 시작되기 전, 지민은 대신 끈을 단단히 조여 맸다.

마침 핼러윈이라, 입구에서는 한 동료가 분장을 하고 아이들을 맞고 있었다.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뾰족 모자를 쓴 아이들이 지민을 우르르 몰려들었다.

지민은 나눠 주며 접는 법을 하나하나 일러 주었다.

서툰 손으로 종이를 접던 한 아이가, 어디선가 인형을 꺼내 그녀의 손에 꼭 쥐여 주었다.

그 물컹한 감촉이 손바닥에 닿는 순간, 이상하게도 목소리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지민은 더 이상 않았다.

그녀가 아이들을 이끌고 거대한 유리 앞에 서자, 한 마리가 유리 너머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졌다.

지민은 작은 한 마리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아이들의 눈앞에 보여 주었다.

사방에서 아이들이 다시 그녀를 둘러쌌지만, 이번에는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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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투어가 끝나 갈 무렵, 한 아이가 오늘 밤 들은 '무섭다'와 '겁나다'가 정말 똑같은 뜻이냐고 물었다.

지민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그 둘은 일러 주었다.

그 순간, 지민의 머릿속에는 오래 품어 온 자신의 두 낱말이 떠올랐다.

꿈. 그 둘은 결코 아니었다.

두 낱말 사이를 가르는 것은, 오늘 밤 그녀가 처음으로 해낸 바로 그것, 곧 .

투어가 파한 뒤, 관장은 야외 물범 연못에 매어 둔 작은 지민을 태웠다.

잔잔한 수면 위에서 관장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지민은 난생처음 그 문장을 소리 내어 말했다.

언젠가 진짜 바다로 나가, 그 깊고 넓은 바다를 연구하고 싶다고.

그 하룻밤으로 말미암아, 오래도록 불려 온 문장들이 비로소 다른 이름을 얻었다.

그날 밤 , 대신 '내일 할 일'이 적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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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며칠 뒤, 지민은 특별 투어 찍힌 급여 받았다.

찍힌 액수는 대단치 않았지만, 두려워하던 일을 해내고 처음으로 손에 쥔 대가였다.

선배들은 축하한다며 조촐한 회식 자리를 열었다.

상 위에 싱싱한 올라왔지만, 지민은 좀처럼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낮에 두 손으로 보인 , 손바닥에 쥐여졌던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담배 연기가 밴 자리를 피해, 그녀는 창가의 앉았다.

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밤바다는, 그녀가 종일 들여다보던 그 어떤 넓고 깊었다.

"이제 손님 앞에서도 안 떨지?" 선배의 물음에,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방 속에는 여전히 낡은 할머니의 들어 있었다.

그날 밤, 지민은 오랜만에 스스로를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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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자유간접화법 (free indirect style)a character's own judgment voiced as narration, with no quotation marks and no 'she thought'

무능력한 인간, 그것이 그녀가 오래도록 스스로에게 붙여 온 이름이었다.

An incompetent creature — that was the name she had long pinned on herself.

한자어 추상 (hanja-heavy abstraction)abstract Sino-Korean diction (무능력·망상·동의어·실천) that carries the story's conceptual weight

두 낱말 사이를 가르는 것은, 오늘 밤 그녀가 처음으로 해낸 바로 그것, 곧 실천이었다.

What divided the two words was the very thing she had done for the first time that night — action.

장단 리듬 (long/short sentence rhythm)a long, layered sentence deliberately broken by a short one for emphasis

지민은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Jimin hesitated no longer.

-(으)려무나/-렴a gentle, warm imperative from an elder — 'go on and do it'

겁이 나면 겁나는 그대로 우선 해 보렴.

If you're scared, then just go ahead and do it scared for now.

-(으)로 말미암아owing to, on account of (a literary, formal cause)

그 하룻밤으로 말미암아 문장들이 비로소 다른 이름을 얻었다.

Owing to that single night, the sentences finally earned a different name.

-기가 무섭게the instant one thing happens, the next follows at once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The instant the doors opened, the children came pouring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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