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도록 밝은 창
The Window Lit Longest
뒷골목의 낡은 간판들이 하나둘 불을 끄는 밤에도, 하은의 작은 카페만은 늦도록 벽에 불빛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빛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카페를 물려받은 지 반년이 지났건만, 가게는 좀처럼 손님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한때 인쇄소와 공구상으로 북적이던 , 말미암아 오래된 가게들은 하나둘 셔터를 내렸고, 골목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였다.
그렇게 비어 가는 거리에서, 할머니가 손수 짠 탁자만은 여전히 묵직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해 여름은 유난히 ,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도 공기는 눅눅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눅눅한 열기 속에서도 특유의 향만은 은은하게 남아, 텅 빈 카페를 지키는 마지막 온기처럼 감돌았다.
벽 한쪽에는 할머니와 어린 하은이 나란히 찍은 빛바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사진 속 할머니는, 이 작은 카페가 세상의 전부이던 시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은은 자신이 이 카페를 지키는 것인지, 이 카페가 자신을 지탱해 주는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1
할머니는 하은을 엄하게 키우면서도, 속으로는 한없이 물러 터진 분이었다.
잘못을 저지르면 어김없이 문간의 집어 들었지만, 그 매질은 늘 그쳤다.
내려놓기가 무섭게, 할머니는 손녀를 끌어안고 어르곤 했다.
"너무 버릇이 없어진다"고 입버릇처럼 되뇌었으나, 정작 손녀에게는 무엇 하나 아까워하는 법이 없었다.
할머니에게는 오래된 하나 있었다.
"집 안에 있는 한 이 집은 "는 것이, 할머니가 평생 굳게 믿어 온 말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젊어서부터 한쪽 귀에 달고, 하루도 그것을 빼지 않았다.
그것이 한낱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도, 하은에게 그 곧 할머니 자신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 한 짝이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밀린 탁자 위에 차곡차곡 쌓여 갔지만, 할머니의 카페를 물려받은 이상 하은은 이곳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
Checkpoint quiz
3 questions on Part 2
카페를 팔아넘기는 대신, 하은은 텅 빈 이곳을 다시 사람들로 채우고자 조금 엉뚱한 계획을 세웠다.
그녀가 준비한 것은, 온 카페를 무대로 삼은 추리 게임이었다.
설정은 짐짓 .
소중한 보물이 어느 도둑에게 붙잡혔고, 손님들은 수수께끼를 풀어 그것을 구해 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첫 번째 단서는 뒤죽박죽 섞인 색색의 속에 숨겨 두었다.
여섯 면을 모두 맞추어야 흩어져 있던 글자가 비로소 한 줄로 드러나는 장치였다.
탁자 밑이며 벽 틈마다, 하은은 다음 단서로 이어지는 작은 그려 넣었다.
손님이 따라 카페 구석구석을 뒤지다 보면, 마지막에는 보물이 잠든 곳에 다다르도록 짜여 있었다.
그렇게 온 카페를 하나의 커다란 수수께끼로 바꾸어 놓고도, 하은은 정작 누가 와 줄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 할머니의 낡은 서랍을 가리키게 해 두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3
다행히 그것은 부질없는 걱정이었다.
밤이 내리자, 좁은 골목이 오랜만에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북적였고, 설정에 아이들은 오히려 눈을 빛내며 몰려들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하은이 짜 놓은 각본을 곧 제멋대로 뒤엎었고, 그중 가장 짓궂은 사내아이가 스스로 도둑 두목, 곧 자처하고 나섰다.
나머지 아이들은 그 맹세하거나 보물을 구하려는 편을 갈라, "두목님께 충성!" 하고 목청껏 외쳤다.
아이들이 배고파할 무렵, 하은은 동네 아이들을 불러 밥을 먹이던 할머니를 떠올리며 근처 전화를 넣었다.
커다란 비빔밥 통을 들고 땀을 훔치며 좁은 골목을 올라왔다.
하은은 김이 오르는 밥 위에 톡 깨 넣고, 노란 곁들여 아이들 앞에 하나씩 놓아 주었다.
아이들은 밥을 쓱쓱 비벼 볼이 미어지게 퍼먹었고, 아삭아삭 씹는 소리가 웃음소리에 뒤섞였다.
그때 열어 둔 창으로 커다란 한 마리가 툭 뛰어들었다.
아이들이 꺅 소리를 지르며 흩어지는 통에, 하은도 엉겁결에 두 손으로 감쌌다.
하은은 다치지 않도록 두 손으로 감싼 채, 창밖으로 살며시 .
사라지고 나서야 아이들은 다시 까르르 웃었고, 하은은 자신이 짜지도 않은 그 소란이야말로 그토록 바라던 온기라는 것을 문득 알아차렸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4
손님들이 하나둘 돌아가고, 하은은 게임의 마지막 단서를 마무리하러 다가갔다.
마지막 가리키던 깊은 서랍을 열어 보니, 안쪽 구석에서 무언가가 반짝 빛을 냈다.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할머니의 한 짝이, 먼지 속에서 조용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은은 그 작은 손바닥에 꼭 쥐고, 한참을 소리 없이 울었다.
지나지 않는다며 웃어넘기던 그 말이, 이제는 다정한 하은의 귓가에 맴돌았다.
이 카페를 지켜 온 것은 한 알이 아니라, 문을 닫지 않는 한 이곳을 정성으로 지키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하은은 오래 짓눌러 온 불안을 가슴 밖으로 조용히 .
그날 이후, 그 작은 카페에는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은은 할머니의 목걸이로 엮어 늘 가슴께에 지녔고, 밀린 세며 잠 못 이루던 밤들은 어느새 저만치 물러가 있었다.
그 골목에서 가장 늦도록 불을 밝히는 창은, 여전히 그녀의 것이었다.
Checkpoint quiz
2 questions on Part 5
Vocabulary
Grammar notes
재개발로 말미암아 오래된 가게들은 하나둘 셔터를 내렸다.
Owing to redevelopment, the old shops lowered their shutters one by one.
할머니의 카페를 물려받은 이상, 하은은 이곳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
Now that she had inherited grandmother's café, Haeun could not close it easily.
문을 닫지 않는 한 이곳을 정성으로 지키려는 마음이 카페를 살렸다.
It was the will to keep the place with care, as long as its doors stayed open, that kept the café alive.
하은은 텅 빈 이곳을 다시 사람들로 채우고자 계획을 세웠다.
Haeun laid a plan, meaning to fill the empty place with people again.
낡은 간판들이 하나둘 불을 끄는 밤에도, 하은의 카페만은 늦도록 불빛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 불빛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ven on nights when the old signs went dark one by one, only Haeun's café kept its light late. But that light, too, now had little time left.
Take the final quiz
4 questions on the whole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