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놀이

탐정 놀이 Playing Detective

Part 1

윤아는 도시 생활을 접고, 오래된 시골 마을 한구석에 작은 열었다.

날 아침, 낡은 이층 건물 앞에 색색의 풍선이 내걸리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 건물에 갓 들어온 , 그녀는 낯선 이웃들 사이에 오래도록 뿌리내리고 싶었다.

건물 임대료와는 별도로 공용 계단 다달이 걷는다며, 계약 때부터 그 점을 몇 번이고 일러두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으나, 윤아는 첫 달 군말 없이 그의 개인 계좌로 .

이 조용한 마을에서 장사를 하는 이상, 사소한 일로 이웃과 척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한창일 무렵 옆 가게 사장이 음악이 시끄럽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을 때에도, 그녀는 두말없이 볼륨을 낮추었다.

첫날부터 이웃에게 끼치는 사람으로 비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에게는, 낯선 마을의 사소한 조짐 하나하나를 소설 속 실마리처럼 뜯어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그 ,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미처 품어 보지 못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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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윤아의 집은 가게에서 걸어 십 분 남짓 떨어진, 마당이 넓은 낡은 시골집이었고, 밤이 깊으면 어디선가 쉬지 않고 울었다.

담장 밑으로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지나가다, 인기척에 놀라 종종걸음으로 어둠 속에 몸을 감추었다.

이사 온 첫 주에, 옆집 아주머니는 손수 기른 두 마리와 아껴 두었던 한 병을 슬며시 마루에 놓고 갔다.

그날 저녁 그 노릇하게 구워 내니, 제법 냄새가 좁은 부엌에 가득 찼다.

저녁을 마친 그녀는 소파에 몸을 파묻고, 오래 아껴 온 다시 펼쳐 들었다.

소설 속 범인이 파 놓은 같은 뒷골목을 하염없이 헤매고 있었다.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그녀는, 문득 이 한적한 마을이 한 편의 위한 완벽한 무대처럼 다가온다고 느꼈다.

창밖 밭 한가운데에는 낡은 달빛을 받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낮에 동네 아이들이 장난으로 옷가지를 죄다 벗겨 놓는 바람에, 밤새 몸으로 텅 빈 밭을 지키고 있었다.

도둑 하나 쫓지 못할 그 우스꽝스러운 파수꾼을 보며 피식 웃던 그녀는, 울음을 자장가 삼아 소설을 미처 덮지도 못하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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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이튿날 저녁에는 온 마을을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 모으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었다.

윤아도 한 그릇을 끌어안고 화면 앞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시작되자 두 팀은 한 골씩을 주고받았고, 그녀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손에 땀을 쥐었다.

정규 시간 안에 승부가 갈리지 않아, 경기는 끝내 접어들었다.

막바지, 우리 팀이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을 때는 이미 밤 열한 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승리의 여운에 젖은 그녀는, 바로 그 늦은 시각 자신의 가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까맣게 알지 못했다.

온 동네가 한마음으로 화면에 붙들려 있던 그 한 시간 남짓이,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완벽한 틈이었다는 사실 또한 알 리 없었다.

그날 밤 그녀는 오랜만에 마음 놓고 크게 웃어 본 사람처럼, 홀가분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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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다음 날 아침, 가게 문을 연 윤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유리 통째로 바닥에 나뒹굴었고, 값나가는 반지 몇 점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춘 뒤였다.

깨진 유리 조각을 헤집다 손바닥을 벤 그녀는 손수건으로 배어 나온 피를 꾹 눌러 도, 소설 속에서나 보던 그 붉은 빛깔이 왈칵 현실로 밀려드는 순간 머릿속이 서늘하게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출동한 건물 지하를 한참 살피더니, 낡은 칸막이가 얽힌 창고를 가리키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이 아래가 이렇게 얽혀 있으니, 외부인이 몰래 숨어들기에는 안성맞춤이지요.”

그러나 그 그럴싸한 설명은 어쩐지 그녀의 마음에 자꾸만 걸렸다.

뒷문 자물쇠에는 억지로 비틀거나 딴 흔적 하나 없이 말짱했으니, 이것은 외부인의 소행이라기보다 애초에 열쇠를 가진 자의 짓에 가까웠다.

게다가 도둑은 하필 온 동네가 축구에 넋을 놓고 있던 바로 그 한 시간을 노렸으니, 마을의 사정을 훤히 꿰뚫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잡아낼 수 없는 시각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조건에 빠짐없이 들어맞는 사람은 오직 하나, 매달 계단 걷어 가던 그 , 그는 건물의 열쇠란 열쇠를 모두 손에 쥐고 있는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뒷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짚어 내자, 잠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이내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조회 결과 그 이미 몇 달 전 비리로 자였으나, 새로 든 그 사실을 감쪽같이 숨기고 여전히 챙겨 왔으며, 해임되던 날 반납했어야 할 열쇠마저 남몰래 복제해 두고 있었다.

“ 그렇게 끼고 살고도 이렇게 감쪽같이 당하다니, 나도 참 .” 윤아가 씁쓸하게 내뱉었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그자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판을 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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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5

며칠 뒤, 도둑맞은 반지는 대부분 되찾았고 그 이웃 도시에서 덜미를 잡혔다.

소문을 들은 이웃들이 하나둘 가게에 들러, 며칠 새 얼굴이 핼쑥하게 야윈 윤아를 말없이 다독였다.

옆집 아주머니는 이번에도 별말 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찌개 한 냄비를 슬며시 문 앞에 놓고 갔다.

그날 저녁 마당에는 그 다시 나타나, 지난밤 그녀가 흘린 부스러기를 오물오물 주워 먹었다.

이제 윤아는 이 마을을 무대로도, 사사건건 의심해야 할 함정으로도 여기지 않았다.

진짜 화려한 밤 골목이 아니라, 다달이 아무 의심 없이 찍어 온 그녀의 통장 한 줄에 처음부터 놓여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언제고 그녀를 속일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도 이웃을 믿되, 다시는 눈을 감은 사람으로 살지는 않으리라 — 그녀는 그렇게 마음먹었다.

다시 문을 여는 날 아침, 가게 앞에는 새 풍선이 봄바람에 , 속 반지들은 여전히 잔잔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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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cabulary

Grammar notes

-(으)ㄴ/는 이상now that / since — given that one does or is something, a consequence follows

이 조용한 마을에서 장사를 하는 이상, 사소한 일로 이웃과 척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고 여겼다.

Since she meant to run a business in this quiet village, she reckoned nothing more foolish than falling out with the neighbors over trifles.

-(으)ㅁ직하다to look worth ...ing / likely to be good; here 먹음직스럽다 = to look appetizing

제법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좁은 부엌에 가득 찼다.

Quite an appetizing smell filled the little kitchen.

-다시피as you can see / just as (you already know)

보시다시피 이 아래가 미로처럼 얽혀 있으니, 외부인이 숨어들기에는 안성맞춤이지요.

As you can see, the place down here is tangled like a maze, so it's just the spot for an outsider to slip in.

-는바as / whereupon (formal written exposition linking a fact to the point that follows)

그는 건물의 열쇠란 열쇠를 모두 손에 쥐고 있는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뒷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He held every last key the building had, whereupon he was the one man who could open the back door whenever he pleased.

-되do, but / provided that — a literary concessive that grants one thing while qualifying it

앞으로도 이웃을 믿되, 다시는 눈을 감은 사람으로 살지는 않으리라.

She would go on trusting her neighbors — only, she would never again live as one who kept her eyes sh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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